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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년 시월의 광양공연 후기를 찾았어요(혼마저 녹아버린 광양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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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승한 댓글 2건 조회 9,853회 작성일 22-09-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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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가 공인하는 시월이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가수인 이용 형님께서 지난 10월 17일 광양 백운아트홀에서 혼마저 녹혀 버릴 열정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가을스케치를 남겼습니다.
형님도 인정하셨지만 광양 백운아트홀은 포스코가 직원 및 시민들을 위한 복지차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회사 명성만큼이나 우리나라 연주홀 중에서도 흔치 않는 최신시설을 갖추고서 국내외 유수의 예술가를 모시고 공연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광양제철의 든든한 배경 아래 거의 매주 열리는 예술행사를 통해 이곳 관객들의 수준 역시 대한민국 어디하고도 견주더라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며 초청하는 예술가 역시 심의에 심의를 거듭하여 모신다고 저희들은 평소 들어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순천에서 공연장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마침 시험기간중이고 학생들을 인솔하여 낙안에서 열리고 있는 ‘남도음식문화축제’에 다녀왔던지라 평소 제가 포섭(?)해 놓은 학생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형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반갑게 맞아 주시며 또 학생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잘 왔다고 격려해주시는 덕에 오히려 제가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솔직히 학생들은 82년, 83년생들로서 ‘가수 이용’을 잘 알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강의 틈틈히 제가 부른 노래며 인터넷이나 제 차를 탈 때 들었던 멜로디를  기억하며 자신들의 삼촌, 이모세대때 대단한 가수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은 하나 봅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용이 형을 설명하자니 화들짝 놀래더라구요. ‘너희 세대의 HOT, GOD를 생각하면 된다. 알겄제!’
갑자기 보물을 얻은 듯 받아든 사인을 가슴팍에 낀 학생들과 함께 용이 형의 배려로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지난 82년 이래로 형의 팬이 되었지만 실제 노래하는 모습을 뵌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구요, 그때는 장소도 클럽 개막공연이라 어수선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대형 공연장에다 수많은 관객들을 대하니 갑자기 제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흥분되더라구요. 과연 수준 높다는 여기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도록 맨 뒤에 순서가 잡혀 있어 역시 형에 대한 배려 내지는 명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기분은 상쾌했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공연 막바지로 흘러 기다리고 고대하던 용이 형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순간 관객들의 술렁임, 이어지는 비명 또 비명. 지난 80년대쯤 형이 몰고 다니던 오빠부대들의 꿈 많던 소녀가 이제는 꿈을 이뤄 가는 미시세대가 되어 공연장안을 가득 채워버렸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관객들의 구성을 알지 못했습니다. 조금 여성분들이 많구나 정도만 생각했죠. 그런데 ‘바람이려오’의 전주가 흘러나가자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소녀 시절로 돌아간 아줌마부대(죄송해요. 이 말을 꼭 안 쓸려고 했는데)들의 막을 수 없는 열정들이 꿈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머리위로 솟구치는가 하면 어깨를 들썩이며 있는 힘껏, 목청껏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 녹아 있던 그래서 더 소중했던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어진 ‘잊혀질 계절’은 국민가요인 만큼 자리를 메운 모든 관객들이 같이 따라 부르며 영원한 감동을 선물 받았습니다. 요즘 세대들도 이 노래를 안답니다. 그런데 제목이 바꿔져 ‘시월에 마지막 밤’이라나. 이제 하나가 된 관객들은 평소라면 엄두도 못낼 행동들을 개시하더라구요.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뛰쳐 나가 악수를 청하지 않나. 그러자 우루루 뛰어 나가서 서로 손을 잡아 볼려는 통에 서로 한바탕 웃고. 형이 내심 아끼는 노래인 ‘잠들지 않는 시간’의 열창이 이어지고 이제는 ‘서울’. 관객 모두가 합창. ‘아-아- 아아 우리의 광양, 우리의 광양’의 메아리가 포스코 하늘 위를 덮었습니다. 정한 시간을 넘기고서 진행자는 끊어라는 사인을 보내기는 하지만 밤이라도 샐 기색으로 요청하는 팬들의 앵콜을 도저히 간과할 수가 없었나봅니다. 진행자가 그러면 하나만 더 하는 신호로 ‘사랑, 행복 그리고 이별’이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또 저녁공연이 있어 그만 놓아 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망치듯 열화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용이형은 행복하게 사라졌습니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며 얼굴 하나 가득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그 시절 소녀팬’들을 보며 노래 한곡이 주는 무한한 힘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꿈을 가득 싣은 노래, 꿈을 이뤄주는 노래, 꿈을 소중하게 간직해 주는 노래. 이런 노래를 부르는 용이 형이 있어 우리 팬들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아마 가을스케치를 만나신 많은 광양시민과 포스코 가족들은 이 가을이 몹시나 풍요로울 것 갔습니다. 이런 행복이 온 국민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광양 ‘가을스케치’의 스케치를 접을까합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스케치 해 주실 분도 계시죠? 저는 평일이라 상경이 힘들겠네요. 형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제 일도 사랑하거든요. 언젠가 꼭 참석해 보리라는 꿈을 가지며.

(2002년 10월)  

댓글목록

백승한님의 댓글

백승한 작성일

광양 공연 열기를 되새겨보다 문득 예전 공연후기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십여년 전에도 이용님을 향한 팬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포스코 용광로도 녹여버릴 만큼의 열기로 지금도 전해져 오는듯 합니다. 소름이 쫙! 여러분도 레트로로 돌아가 그 열정을 다시금 느껴보세요~

갈채님의 댓글

갈채 작성일

잊혀진계절  그리고  잊혀지지않을 이야기  "02 그대는나의 전부" 48페이지에  실려져 있는    후기이군요..ㅎㅎ ㅎㅎ  정말  옛날 생각  나네요..~~
그 때  다른 팬님들  글도  함께  책에 올리고 싶다고  오빠께  보내는 편지를  부탁하셨는데..  기억나세요  백승한님!!
미안해요..끝내  글을  드리지  못했었지요..지금도  못  드릴것  같아요..기죽어서  ㅋㅋㅋ